나는 ICU 박사다
갑작스레 검색순위 상위에 오른 ICU.
1997년 12월, 당시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졸업예정자였던 내가 3대 주요 일간지 아래의
커다란 광고를 보고, 주위의 몇몇 교수님과 지인들을 통해서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1998년 학교 설립 1기로 석사과정에 입학해서
2000년에 박사입학을 하고,
2005년에 자랑스레 박사 학위를 받아들고 나온 곳이다.
내 박사 학위증에 보면,
제일 첫번째 싸인이 당시 정통부 장관이었던 진대제 이사장,
두번째 싸인이 허운나 총장,
세번째가 지금 ETRI 원장이신 최문기 교학처장,
네번째가 당시 공학부장이었던 한영남 교수님 싸인까지 나와있다.
학위증 싸인이 왼쪽부터 진대제 이사장(정통부장관), 허운나 총장, 최문기 교학처장, 한영남 공학부장
학교의 통합 이야기가 일이년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들을 살펴 볼 때 마음이 편치 못하다.
KAIST, 참 좋은 학교이다. 여전히 이 학교 동문이기도 하고.
ICU, 이 역시 KAIST에 전혀 밀리지 않을 참 좋은 학교이다.
내가 KAIST 다닐 시절에 KAIST가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25년 기념식을 하는 그런 시점으로 기억하는데,
KAIST, KIT, 과학원, 과기원, 한국과학기술원, 과기대….
이름도 가지가지로 불러서 서로 다른 학교로 오인하기 일쑤였고,
대학 1학년때 부산에 있는 한 볼링장에서 KAIST 학사과정 학생증 내고 할인 받으려다가
대학생 아니라고 할인 안해준다고 하는 적도 있었고,
무궁화호 기차 할인도 학생증만으로 안해주는 곳이 많아서 학교에서 학생할인을 위한 증서 같은걸
따로 떼어서 갔었다.
당시 고향인 부산의 당구장에 갔다가 아주머니가
거기 4년제냐? 지방이면 어떠냐 4년제만 갔으면 효도한거지~
라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결국 KAIST라는 드라마 한편으로 대중에게 제대로 각인이 되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에 비하면, ICU는 10년이라는 역사로 꽤 많이 대중에게 호소를 했다. (여전히 모르는 사람이 더 많긴 하지만)
신정아는 가짜 박사 학위로 온 나라를 저렇게 술렁이게 만들고 있는데,
나는 진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디서? ICU에서.
그런데, 나중에 누가 내 학위증을 보고 ‘어~ ICU라는 곳도 있냐? 가짜 아냐?’
이렇게 말하면.. 어떤 기분일까?
정통부 장관이 되려면, 몇년 전부터 ICU를 없애야 한다고,
처음부터 잘못된 길을 걸어왔다고 계속하여 주장해오던 김영선 의원 앞에서
인사 청문회를 거쳐야 장관이 될 수 있다.
기사화된 것을 보면
정통부 장관이 당연히 ICU 이사장을 맡는 문제에 대해서도 김의원이 질문을 했고,
ICU가 김영선 의원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었더라.
사건의 당사자인 의원 앞에서 청문회를 통과해야 정통부 장관이 될 수 있다니..
한 학교의 운명이 정치인들에 의해서 놀아나는 모습이 참 역겹다.
아무쪼록 싸움이 아닌, 대의를 위한 좋은 결정이 나길…
난 자랑스런 ICU의 공학박사이다.
잘 보고 갑니다~^^;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뭔가 씁쓸하죠. “지방이면 어떠냐” .. 카이스트, ICU, 포스텍을 서울의 대학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참 웃긴 일이죠. 아무리 서울대가 명성이 자자하지만 실질적으로 인재들이 모이는 곳은 대전과 포항인데 말이죠. 그냥 왠지 이공계를 등한시하는 사회가 좀 아쉽네요.
이공계..
회사에서도 일 제일 많이 하면서도
제일 대접 받지 못하는 부서인 것 같고,
국가적으로도 그런 듯 하여 씁쓸합니다
ICU가 최근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은 없는 것 같네요.
설립부터 애매한 상황에서 시작된 것이 문제이지 학생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다만, 최근 ICU 재학생들이 블로그나 웹사이트에 올린 글을 보면
객관적인 시각을 배제한 채 자신들만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자신들의 상황이 힘들고 답답한 것은 사실이나, 감정에만 호소해서는 문제를 그르치기만 하죠.
아무튼 사태가 잘 마무리되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