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이 무엇인지, RISC-V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하고 시작하겠다.
ARM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Proprietary RISC ISA다. Arm Holdings가 ISA를 설계하고 전 세계 회사들에게 라이선스를 판다. 라이선스에는 Architecture License(ISA 자체 설계 권한)와 Core License(완성된 Cortex, Neoverse core 구매)가 있고, 칩 생산할 때마다 Royalty(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36년 동안 ARM은 “IP만 팔고 칩은 직접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그래서 수많은 SoC 설계사들은 ARM IP를 사서 자기 칩에 넣기만 하면 됐다. 그 결과 모바일 시장 점유율 95% 이상, Automotive, Edge, 서버, IoT까지 ARM이 사실상 산업 표준이 됐다.
RISC-V는 2010년 UC Berkeley에서 시작된 Open-source ISA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고 Royalty가 없다. 이론적으로 “ISA가 공짜”라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제 ARM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RISC-V가 처음 나왔을 때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여러 회사의 RISC-V 코어를 eval 해보고, 수년간 세미나와 회의에 참석하고, 관련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번 주에도 우리 팀원을 다른 회사의 RISC-V 세미나에 보내서 최신 동향을 추가로 파악했다. 여전히 나는 이 분야의 추가 변화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내가 틀릴 수도 있고, 획기적인 변화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실 1: RISC-V, 진짜 공짜인가?
ISA 자체는 공짜다. 하지만 실제 silicon에 올리는 순간부터 절대 공짜가 아니다.
직접 ISA만으로 RISC-V core를 RTL 코딩하거나 오픈소스 RTL을 가져와서 verification, PPA 튜닝, foundry tape-out 준비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 들어가는 시간과 인력 비용은 결코 작지 않다. 상용 RISC-V IP를 써도 upfront license fee와 royalty가 발생한다. “RISC-V라서 완전 무상”이라는 말은 ISA 수준에서만 맞는 이야기다.
현실 2: RISC-V를 선택하는 진짜 이유
대부분 ARM의 License fee와 Royalty를 피하기 위해서다. ARM 성능이 부족해서 선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현실 3: SoC 설계의 본질
단순히 Integer Core ISA 비교가 아니다. Core를 실제로 쓰려면 주변에 붙어야 하는 것들이 많다.
- TCM / TIM (Tightly Coupled Memory)
- Cache controller
- Interrupt controller (NVIC)
- BUS (AMBA, AXI, ACE 등)
- Memory controller
- DMAC
- 기타 Peripheral IP
이 모든 것을 ARM IP를 가져오거나 최소한 ARM-compatible하게 설계해야 실질적인 SoC가 된다.
현실 4: Legacy 프로젝트 vs 완전 신규 프로젝트
여기가 가장 중요하다.
- 완전 새로운 프로젝트 (legacy가 전혀 없는 경우) → RISC-V가 그나마 비벼볼 여지가 있다.
- 이미 ARM으로 동작하고 있는 legacy가 있는 프로젝트 → 게임이 안 된다.
특히 모바일 SoC처럼 하나의 칩에 ARM 코어가 20개 이상 들어가고, big.LITTLE에 AMBA bus, NVIC, peripherals까지 모두 ARM 기반인 경우. 이걸 다 RISC-V로 바꾼다고? 기존 SW와 드라이버, middleware, application은 그대로 두고? 현실적으로 몇 년 안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Automotive나 Edge computing처럼 단일 코어(또는 동일 코어 여러 개) 쓰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하지만 복잡한 heterogeneous SoC에서는 legacy 부담이 너무 크다.
현실 5: SW 개발팀이 진짜 원하는 것
SW 개발팀과 SoC top integrator들은 Integer core 내부에서 무슨 짓을 하든 별로 관심 없다. 비용 절감은 마케팅·PM이 신경 쓸 일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다. “기존에 잘 돌아가던 SW가 똑같이, 아니 성능 손해 없이 그대로 동작하게 해달라.”
이미 구현된 기능을 RISC-V로 바꾸면서 새로 코딩해야 하는 상황을 극도로 싫어한다. 이 요구를 못 맞추면 migration은 거의 불가능하다.
ARM이 RISC-V에 대응하는 방식
만약 내가 ARM 관계자라면, 고객이 로열티 때문에 RISC-V를 고려하면 적당히 가격 네고해서 붙잡을 것 같다.
RISC-V가 특정 pain point를 공격해오더라도, ARM은 압도적인 인력·경험·리소스를 바탕으로 기존 제품을 customizing해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RISC-V가 가져갈 시장은 “아예 새롭고, 조금이라도 더 싸게 해야 하는 ultra low-cost 신규 응용”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결론
RISC-V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다. 하지만 실제 eval을 해보고, SW 팀과 이야기를 나누고, 복잡한 SoC migration 현실을 고민해보면, ARM이 36년 동안 쌓아온 생태계와 안정성, 그리고 이제 직접 칩까지 설계하는 전략 변화(Amagi 등)를 볼 때
“ARM이 쉽게 밀려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결론에 점점 더 가까워진다.
이건 이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만져보고 계속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사람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