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도 이 바닥에 끼어 들어서 말이라도 좀 썪으려면 그 바닥의 용어에 익숙해져야 한다. 
일본 공사판 은어들도 많이 썩여 있고, 영어에서 파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저 용어를 외국인이 알아 들을 수 있을까 싶은 완전히 토속화(?)된 용어들도 꽤 많이 있다.
다른 기관과 공연 작품을 올리기 위해서 회의를 할때면 상대방으로부터 이 용어 배틀 공격을 받을 때가 있다.
‘시다 데리고 아시바 타고 고보 끼우는 것 직접 하시나요?’ @.@
이건 노가다 한두번 뛰어 본 사람이면 별로 감동(?)도 없는 말이고, 조명과 음향과 관련해서도 이 공연장 바닥의 용어 배틀 공격을 받을때가 있다. 이럴때면 난 인터넷을 뒤지고, 많이 쓰는 조명기 회사 메뉴얼을 다운 받아 몇번 정독하고, 음향기 메뉴얼을 읽어 본다. 이상하게들 생각할지 모르지만 뼈속까지 엔지니어라서 소설책보다 메뉴얼이 더 재미있다. 헉..
이 글은 음향과 관련된 이야기다. 
내가 10여년전 회사에서 처음으로 칩 과제를 단독으로 진행했던 것이 음원 재생과 관련된 칩이다. 녹음된 책을 페이지 넘길때마다 읽어주는 그런 응용에 대한 특허를 가진 분의 요청에 의해서 회사에서 할당 받은 일이 이 음원 재생칩이었다. 당연히 엔지니어는 이 음원칩을 활용할 사람의 요구 사항을 100% 이해해야 그 기능이 100% 녹아 있는, 아니 +알파가 있는 칩을 개발할 수 있기에 음원 관련된 논문과 이런 저런 글들을 참고로 해서 요구 사항을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원 알고리즘을 선정하고, 시뮬레이션하고, 칩으로 제작하고, 보드를 제작해서 시험까지 한다. 
학문적인, 표준화된 영어식 표현으로는 나도 음원 관련해서 베틀을 감당해보겠지만 역시나 한국형으로 이미 변해 있는 용어에 대해서는 스스로 들으면서 ‘아, 이걸 말하는 걸꺼야..’라고 스스로 필터링을 해서 듣고 이해한다.
“씬디, 55를 DI 안 거치고 가능해요?”
띵~ 뭔 소리여..
55는 통밥으로 때려 잡으면 pi가 5.5mm인 캐논잭을 의미하는 것일테고, 그런데 DI는 무엇이란 말인가 @.@
음, direct injection box를 줄여서 DI라고 이 바닥에서 부른다.

말 나온 김에 이 바닥에서 자주 듣는 음향 케이블 관련 용어들을 보면, 제일 먼저 쨱(Jack)의 종류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모노와 스테레오 구분은 오른쪽, 또는 왼쪽 한쪽의 음향만 실어 보내는 용도이면 모노, 두가지를 동시에 전송하는 것이면 스테레오다. 전선 뭉치.. 가닥 수로 보면 모노는 기준이 되는 그라운드(접지, -)신호 외에 실제로 음향의 변화 신호를 전달하는 한 뭉치가 있을테고, 스테레오는 그라운드 이외에 오른쪽 신호 하나 왼쪽 신호 하나 이렇게 해서 최소한 3선으로 표현합니다. 짧은 경우 별 문제는 없겠지만 서로 신호의 간섭이 생겨서 신호가 외곡 될 수 있기 때문에 모노선 두개를 별도로 연결하고, 하나는 왼쪽이라고 기계에서 전기적으로 인식시켜주고, 다른 하나는 오른쪽이라고 알려줍니다. 믹서의 경우 PAN이라고 표현되어서 가운데를 기준으로 왼쪽, 오른쪽으로 돌릴 수 있는 다이얼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 이 팬도 당연히 음향 이야기 할때 많이 이야기 하는 것인데 PAN이 부채 모양을 뜻하는 영어 단어이다. 대충 모양으로 오른쭉 왼쪽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을 연상하시면 된다. 촬영장에서도 오른쪽으로 패닝해라 어째라.. 이야기를 많이 들어볼 수 있다.
5.5파이 TRS잭 
3.5파이 TRS잭 
 
말이 샜다 @.@
모노와 스테레오 다음으로 구분하는 것이 짹의 굵기이다. 익숙한 것이 큰 헤드폰에서 쓰는 새끼손가락보다 약간 가는 (뭐.. 손가락 굵은 사람은 알아서 생각하시고..) 그런 잭이다. 실제 지름이 5.5밀리미터이다. 지름을 파이(pi)라고 하기 때문에 5.5파이 잭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미주권에서는 미터 대신에 인치를 주로 이용하니까 대충 2.54cm가 1인치 정도니까 1/4인치이면 0.6mm 정도 나오니까 1/4인치 잭이라고도 합니다. 이 놈을 음향 좀 안 다고 후까시 잡으려고 55, 55잭이라고 공연장용 우리말(?)을 쓰나본데 사실 별로 후까시 안 사네요.
아, 모노잭은 끝에 뾰족한 부분 TIP의 T와 그라운드로 연결되는 옆면 SLEEVE의 S자를 따서 TS 잭이라고도 한다. 이 바닥에서 모노잭이라는 말 대신에 TS잭이라고도 말하니까 이것도 참고…
모노를 TS라고 한다면 스테레오는 도데체 뭔가.. 스테레오는 TRS잭이라고 하는데 T와 S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Tip과 sleeve이고, 가운데 R은 링(Ring)의 R입니다. 더 후까시 잡으려고 ‘왜 55 TS잭 쓰시나요?’라고 후까시 은어 베틀을 날리는 경우도 있는데 ‘직경이 5.5mm인 모노잭, 5.5파이 모노잭’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것보다 가는 굵기, 그러니까 보통 이어폰에 많이 쓰는 굵기 있는데, 그 굵기가 지름 3.5mm이다. 3.5파이 숫 모노/스테레오 잭이라고 말하면 된다. 아, 숫놈이 영어로 Male이니까 매일 또는 엠(M)이라고 붙이기도 한다.
숫놈이 나왔으면 암놈도 있겠죠. 암수의 구분은 실제 전기적 신호가 나오는 뾰족한 팁이 나와 있는 것을 숫놈, 반대쪽을 암놈이라고 한다. 이렇게 뾰족한 5.5파이나 3.5파이 잭은 암수 구분이 그나마 안 헤깔리고 다들 제대로 말씀하시는데, 이제 이야기할 캐논잭은 거꾸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시는데 이것 역시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팁이 나왔느냐로 구분하지 바깥 기구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니까 주의하시면서 캐논잭을 살펴본다. XLR 잭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등변삼각형의 꼭지점에 뿅뿅뿅 3개의 신호가 나온다. 

 
꼭 3개의 핀이 있는 것은 아니고, 7개까지 있다. 이 캐논잭은 이 잭을 발명한 사람인 캐논의 이름을 따서 캐논짹이라고 부르는데, 2004년에 IEC 61076-2-10라고 하는 국제표준에서 그 치수와 신호를 정의해 뒀다. 그래서 3핀짜리 잭은 XLR3 규격이라고 핀숫자까지 이야기하는게 정확한 표현이다. 당연 5핀짜리는 XLR5, 6핀짜리는 XLR6이겠죠.
벨런시드 오디오(balanced audio) 신호 연결용으로도 사용되기도 하고, 조명제어선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DC 전원 공급을 위해서 쓰기도 한다. ‘앗, 오디오선을 왜 조명에 연결해요?’ 하기 없기!!! 
XLR pinouts.svg 
여기서 1이 기준이 되는 접지(그라운드), 2가 벨런시드 오디오에서 +(hot), 3이 -(cold) 신호다. 아.. 여기서 플러스 마이너스라고 안하고 핫, 콜드라는 이야기도 오디오 신호 연결할때 많이 나온다. 참고하시길..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튀어 나온 벨런시드 오디오란 놈은 또 도대체 뭘까? 이 놈은 전기적으로 impedance(저항이라고 간단히 해두죠)가 균형을 맞추었다는(balanced) 신호를 뜻하는데, 전자 좀 공부하신 분은 differential signaling으로 연결되어 외부 노이즈에 강한 특성을 가져서 오디오 장치간 긴 선을 연결할 때 유리하다는 것은 들어보셨을 것이다. +와 -가 GND와 함께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에 노이즈가 더해주고 빠지는 것도 같은 시간대에 같은 위치에서 서로 비슷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도 신호의 왜곡이 그냥 두 선만으로 보낼 경우에 비해서 작아지는 특성이다.

다음으로 TV나 비디오 뒤에 보시면 RCA 잭이라는 놈이 있는데, 이것도 보시기는 많이들 보셨죠? RCA 숫놈, 암놈만 구분하시면 되실테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 아, RCA 잭이라고도 하고 포노짹이라고도 한다. 포노~ 이름은 기억하셈~
Composite-cables.jpg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러면 DI 박스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한다.

DI는 Direct Injection, Direct Interface, Direct Input의 약어로 알아서들 해석하고, DI 유닛, DI 박스, 다이랙트 박스라고들 부른다. 기능으로는 높은 임피던스 특성의 라인 수준의 언벨런스된 신호를 주로 XLR 커넥터로 연결하는 낮은 임피던스의 마이크 수준의 신호로 변환시켜주는 장치다. 뭔 소리여? 퉁 쳐서 말하면 제일 먼저 이야기했던 5.5파이 모노 숫놈 잭을 구멍 3개 뽕뽕뽕 나 있는 XLR잭으로 바꿔서 연결하게 해주는 장치다.
그러면 흔히 이야기하는 젠더랑 뭐가 다르냐? 그게 그거네..  물론이다. 출력쪽이 높은 임피던스를 가진 장치가 아니라면 그냥 5.5파이 스테레오 짹을 캐논으로 바꿔주는 젠더만 연결해도 된다. 흔히 일렉기타 같은 것들은 음원 출력쪽이 높은 임피던스로 나오기 때문에 이 놈을 쓰는 쪽이 신호 수준의 전기적 특성으로 보면 좋지만 굳이 낮은 임피던스로 많은 제품에 적용되어 있는 신디사이저 같은 경우에는 그냥 젠더로 땡쳐도 된다.
세부적인 기능으로 잡음 제거나 음역대별로 일부 특화된 필터가 있기도 하지만, 믹서에서 다 잡을 수 있다. 높은 임피던스의 일랙기타 같은 걸 그냥 연결해도 믹서나 앰프로 어느 정도 보상은 할 수 있지만 impedance mismatching에 의해서 signal의 reflection loss가 발생하기 때문에 신호 수준이 낮아져서 상대적으로 더 크게 증폭 시켜야 하고, 이러면 노이즈도 같이 증폭되기 때문에.. 언벨런스 신호를 공연장 바닥에 길~게 끌고 오면 벨런시드 신호에 비해서 노이즈에 약하기 때문에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로 출력되는 신호의 경우 이걸 써 주면 좋겠지만 이것 역시 스테레오로 벨런시드 5.5파이 TRS 잭으로 연결해서 오는 것과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 
즉, 모노출력이면서 높은 임피던스를 가진 전자기타 같은 경우 이 DI 박스를 사용하면 신호 특성이 분명 좋아질테고, 그렇지 않고 스테레오 벨런시드 5.5파이로 출력되는 신디의 경우 그냥 믹서로 바로 연결해도 별 문제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그런데.. 난, 이런거 다 알면서도 우리 신디랑 공연장 믹서 연결하는데 쓰려고 이 DI를 하나 산다. 왜? 그냥..
또 뭔 개빽다구 소리여~
임피던스가 어쩌구 저쩌구, 짹이 어쩌구 저쩌구~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상대와 이야기할 때야 가능하지만 그냥 어께 넘어로 귀 동냥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에겐 오히려 안 통한다.
저쪽 공연장 음향감독이 “씬디에 55바로 쓰면 안 됩니다. DI 써야합니다”라고 이야기 하면
말빨이 약하거나 장비가 없거나 둘중 하나면 공연 내용 아무리 좋아도 깔고 들어오는게 이 바닥이라 그냥 깔고 들어오는 거 비싼 장치도 아니기에 그냥 돈으로 카바하는 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