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09.8.25)자 국제신문 문화면 헤드라인 기사로 올라왔습니다.
극단 마실에서 진행하는 사계절문화나눔 순회공연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저에 대한 기사가 실렸네요.
기사 올려준 권혁범 기자가 직접 지면 사진 보내줘서 올려봅니다.
권 기자님… 헤드라인 할당과 좋은 기사에 감사합니다.

기사 전문은 국제신문에서 보세요.. ^^ (기사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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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8월 25일 
카이스트 공학박사 극단대표 된 사연은

 
  극단 마실 이경수 대표와 ‘엄마 배우’ 손혜정 씨 가족.

부산에서 자라 광안중과 남일고를 졸업한 이경수(36) 씨. 학창시절 수학이나 과학만큼은 ‘더 가르칠 게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 그가 KAIST에 입학한 건 당연했다. 적성에도 딱 맞았고, 성적도 여유 있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98년 설립된 한국정보통신대학원(현 KAIST-ICC)에 1기로 진학해 2005년 박사과정까지 끝냈다. 정통 코스를 밟은 공학박사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씨는 생경하게도 현재 극단 대표로 일한다. ‘숫자’와 ‘공식’만 공부하던 그가 예술이라니. 물론 ‘본업’을 포기한 건 아니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사람은 동갑내기 아내 손혜정 씨다. 그는 손 씨를 대학 때 만나 2003년 결혼했다. 손 씨는 평범한 초등학교 교사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만약 아내가 별안간 ‘신이 내린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한다면, 남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씨가 그런 상황을 맞았다. 어릴 적부터 연극하는 일이 꿈이었던 손 씨가 갑자기 휴직을 결정한 거다. 이 씨는 “아이들과 연극으로 대화하고 싶다”는 아내의 뜻을 따랐다. 덕분에 아내는 2003년 8월 ‘연수 휴직계’를 내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과정에 들어가 아동청소년극을 전공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첫 아이가 태어나 힘든 상황인데도 아내는 무려 30차례나 사전제작 공연을 거치면서 아이들의 반응을 연구해 가족극을 제작했다. 하지만 아내는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제작자나 극단을 찾지 못했다. 그러자 이 씨는 아내의 공연을 자신이 직접 올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이 씨가 꿈에도 생각 못했던 극단 대표가 된 사연이다.

 
  가족극 ‘달려라 달려 달달달’ 공연 장면.

말이 좋아 대표지, 사실 그의 역할은 ‘돌쇠’다. 평소엔 보도자료 만들고, 세무 관련 서류를 정리한다. 때로는 ‘전공을 살려’ 기계 수리도 한다. 공연 때는 기획 조명 영상 등 허드렛일을 도맡는다. 이렇게 2005년 말 극단 마실과 가족극 ‘달려라 달려 달달달’이 탄생했고, 아내 손 씨는 ‘엄마 배우’라 불리며 유명한 어린이들의 친구가 됐다. 손 씨는 지난해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가 주는 연기상도 받았다. “아내가 아예 사직서를 낸다고 해도 동의하겠느냐”고 묻자 극단의 돌쇠가 된 KAIST 공학박사는 “기사에 나갈 거면 ‘그렇다’고 써주이소”라며 웃었다.

극단 마실이 ‘달려라 달려 달달달’을 들고 이 씨의 고향 가까이 내려온다. 마실은 26일 오후 4시 경남 함안군 대산초등학교에서 ‘이야기 익는 마을잔치-달려라 달려 달달달'(작·연출 손혜정)을 상연한다.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계절 문화나눔 사업’의 한 가지로, 경북 충북 전남 등지를 옮겨가며 올해 말까지 순회 공연한다.

작품은 수도권에서 이미 우수 아동극으로 검증받았으며, 객석의 아이들이 반응하는 다양한 상황들을 공연에 적극 반영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된다. 보여주는 공연이 아니라 들려주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 편의 노래처럼 들려지는 공연은 시각장애우들이 보기에도 좋다.

연극은 전라도 무주에서 전해내려온 무주 구천동 순행전설을 뼈대로 한다. 암행어사 박문수가 암행길에 어려움에 처한 한 가족을 발견하고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다. 무료 공연이며,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은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이 씨는 “고향 부산에서도 꼭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며 “여건이 되면 언제든 부산 무대를 찾겠다”고 말했다.

권혁범 기자 pear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