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에게 당장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정부부처라서 그런지
여성부, 해수부 존폐에 밀려서,
영어 공교육에 밀려서,
정작 우리 과학기술계의 두 대표 부처가 없어지는 것에 무관심한게 못내 아쉬웠는데
비록 늦었지만 목소리를 이제서야 내는군요.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광고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광고


두 모교인 KAIST와 ICU가 그동안 각각 과학기술부와 정통부의 지원하에 나름대로 최고의 대학으로 커 왔었는데,
작년 통합 결정 이후 최근 두 부처 모두 사라지게 되면서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네요.

이공계 육성이 어쩌니 하더니
정작 이공계를 대표하는 두 정부 부처만 어쩌면 역사속으로 사라질지 모르겠네요.
늦은 듯하지만 모쪼록 적흥적인 정책이 아니라 100년 앞을 내다보는 좋은 결정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봅니다.

아래는 사이언스타임즈에 오늘 올라온 기사입니다.


[#M_뉴스 전문보기..|뉴스 전문감추기..|“과학기술만 없애는 정부조직개편이었나요?”
과실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연대서명 공개서한 보내

2008년 02월 20일(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없어져도 그 업무는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그대로 잘 추진될 것’이라는 말을 절대로 믿지 마십시오. 당장 내일 일어날 지도 모를 긴급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장기적인 국가백년대계를 뒤로 미루는 것이 공직의 생리입니다.”

과학기술인들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2월 19일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등 일간지에 ‘존경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께 드립니다!’는 내용의 광고를 개제하고, 이를 편지지에 인쇄해 이 당선인에게 전달했다.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광고 

과학기술계가 현안에 대해 언론 광고와 공개서한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는 이병기 과실연 상임대표를 포함, 111명의 과학기술인들이 연명으로 서명했다. 신희섭1호 국가과학자(KIST),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등 한국 대표 과학자들도 포함돼 있다.

“과학기술만 없애는 정부조직개편이었나요?” 로 시작된 이 공개서한에는 “오백년 조선왕조가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한 것은 ‘공맹(孔孟)을 버리고 에디슨을 배우자’고 외치던 일본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학문을 비하하고 이단시하던 조선의 (문화)차이”라고 주장했다. 산업기술을 체득한 선각자가 국정의 중심에 없어 조선이 일본처럼 산업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과기인들은 이에 따라 새 정부 내각에 과학과 기술을 책임지고 대변해 줄 부처가 없어져 버린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전 국민이 누구나 관심 있고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제쳐두고 미래 과학기술에 집중하거나, 수출과 고용 같은 단기 거시경제지표가 등락을 거듭하는데 과학기술개발에 매달릴 수 있는 장관은 없다는 논리에서다.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정부조직개편 협상을 보면 5개 부처를 없애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성한다는 인수위의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일부, 해양수산부, 여성부는 거의 살아나는 분위기이고 결국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등 과학기술 관련 부서들만 없어지는 쪽으로 결말이 나고 있다.

과실연 상임대표인 이병기 서울대 공대 교수는 “이해당사자들의 항의가 격렬하고 총선에서 표의 향방이 걸린 부처들은 정치적 득실에 따라 부활하고 우리나라의 미래가 걸린 과학기술 부처들은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며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이미 때가 늦은 것인지도 모르지만 과기인들의 뜻을 모아 이명박 당선인과 국민들에게 결연한 심정으로 마지막 호소를 하자는 것이 이번 공개서한의 취지”리고 밝혔다.

과실연의 김학진 사무국장은 “갑자기 결정된 일이라 시간이 급박했는데도 생각보다 뜻을 같이했다”며 “마감 이후에도 많은 분들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 서한에서 연대서명자들은 “일생을 연구실에서 그리고 산업현장에서 옆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과학기술이라는 외골수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최근 연구실과 현장에서 일손을 놓고 방황하고 있다”며 “도대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비록 어리석은 생각이라 할지라도 반나절만이라도 진지한 대화를 나누자”고 이 당선인과의 면담을 제안했다.

또 “국내에서 잘못된 일은 대통령이 결심하고 뒤늦게라도 여야 지도자와 국민을 설득하면 고칠 수 있고, 잠시 돌아가도 결국 목표에 도달할 수 있으나, 국제 경쟁과 관련된 일은 한번 뒤떨어지면 수세기를 지나도 결코 회복할 수 없다”며 “산업화에 뒤떨어져 식민지로 후진국으로 온 국민이 겪어온 고난과 치욕의 세월이 바로 그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의 1/7, 미국의 1/40의 연구개발(R&D) 투자를 가지고 과학기술 선진국과 정보통신 선도국 대열에 합류한 사실에 세계 각국의 학자․전문가들은 놀라고 있다”며 “한국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는 개도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개서한에는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총선에서 얻을 표와 명분론에만 집착하여 정부조직개편 협상을 하고 있다”며 “실사구시나 국가 장래 경쟁력에 대한 고려는 어느 쪽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과학기술인들은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님의 결단에 실낱같은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는 존치돼야 한다. 꼭 해야 한다면 선진국들과 대등한 수준의 R&D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을 때, 이들 부서를 폐지해도 늦지 않다고 연대서명자들은 주장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요즘 인기리에 방송중인 MBC 드라마 ‘이산’에서 영조가 독백처럼 내뱉은 한마디다. 당쟁에 휘말려 유일한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지 십여 년이 지나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뒤늦게 한탄해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과기부과 정통부, 그리고 해양수산부를 해체하고 새 정부에 과학기술자들이 구경꾼으로 전락한다면, 그것은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10년 후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게 과기인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권영일 기자 | sirius001@paran.com


저작권자 2008.02.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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